무제
어느 짙은 홍조 띤 시간의 문턱에서
바람은 이리저리 휘둘며
온통 가을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벅찬 기쁨을 느낀 아이가 되어
눈물처럼 낙엽아래서
감히 당신의 이름에 찔려 흐르는 아픔도 모르고
사랑을 알았습니다.
당신의 영혼을 처음 안았을 때
화살처럼 가슴에 쏘이는 가을로 나는 폐허가 되어
가을이 당신인지 당신이 가을인지 몰라 울었습니다.
이제 빛 바랜 가을이 데려가는
뉘우침도 없는 사랑
평생을 혼자 거닐어도 좋을 생명으로 남습니다.
일천구백팔십구년 아주 좋은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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