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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안신영

필자소개 : 문화관광부 출판산업팀 사무관

날짜 : 2007년 05월 08일

한미 FTA 체결에 대한 다양한 반응

작년 2월 3일 공식 개시된 이래 약 14개월간 지속되었던 한미 FTA 협상이 지난 4월 2일 체결되었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체결한 이번 FTA 협상 결과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고 각각의 분야별 이해관계에 따라 기대 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출판계 역시 이러한 현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과 관련하여 일각에서는 이것이 향후 출판계에 미치게 될 영향과 위기상황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이를 우리 출판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의 정확한 내용과 의미

한미 FTA 체결에 따른 정부의 정책방향을 소개함에 앞서, 출판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FTA 협상 결과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번 한미 FTA 협상의 한 부분이었던 지적재산권 분야는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이 포함되어 있는 영역으로서, 이 중에서 협상 체결로 인해 출판계가 영향을 받는 것은 ‘저작권’(‘문학 · 학술(學術)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인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 · 독점적 권리’로서,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대해서는 저작권법 제4조에서 예시되어 있다.)의 보호기간이 저작자 사후 기준으로 현행 50년(이는 저작권을 저작자 사후 2세대까지 보호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미 1930년대 베른협약을 통해 국제적으로 동의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저작권협약’ 가입을 계기로 1987년부터 저작권을 저작자 사후 50년까지(종전에는 30년) 인정하게 되었다.)에서 70년으로 연장되는 부분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EU, 호주, 싱가포르, 일부 남미국가(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70여개국이 이미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인정하고 있는 등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국제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중국, 일본 등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50년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보호기간의 상호주의’(베른협약의 ‘내국민 대우원칙’에 의해 보호를 필요로 하는 외국인의 저작물에 대해서도 그 국가가 자국민(自國民) 저작물에 대하여 부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보호를 해야 하나, 상대국의 보호기간이 자기 나라의 기간보다 짧을 경우에는 짧은 쪽의 기간만큼만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로 인해 해당국 저작자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사후 50년까지만 인정할 수 있다.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의 효력은 2년간의 별도 유예기간을 거친 후에 발생하며, 효력 발생 시점 이전에 이미 보호기간이 만료되어 공유영역에 들어가는 저작물은 보호기간 연장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소급적용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만약 2009년 1월 1일 한미 FTA가 발효된다고 가정할 경우 2010년 12월 31일 이전에 저작자 사후 50년이 경과한 저작물은 추가로 20년 동안 로열티를 지불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출판계에서는 이번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으로 인해 매년 수백억원의 추가 저작권료를 부담하게 되어 그렇지 않아도 영세한 출판업계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반면 문화관광부에서는 한국저작권법학회의 용역결과를 토대로 출판 분야의 저작권료 추가부담규모(이는 이번 한미 FTA 체결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의 저작자를 포함한 모든 외국 저작자에게 지불되는 금액을 합산한 것으로서, 미국의 저작자에게만 한정할 경우 연간 4억원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를 연간 약 34억원(향후 20년간 약 679억원) 수준으로 전망하여 출판계의 시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화관광부 발표 내용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호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별도의 저작권료 지급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는 것에 따른 사회후생적 손실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엄밀한 분석 방법을 통해 산출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또한 이 경우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창작동기 강화가 가져올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한 고려도 이루어져야 하므로, 간접적인 파급효과까지 감안한 경제적 효과를 언급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만, 정부는 추가 부담하게 될 저작권료 규모가 출판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확한 부담규모 산출과 이에 따른 지원대책 마련을 위해서 출판계와 협력하여 실태를 파악해 나갈 예정이다.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 : 출판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

FTA 체결 직후,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최종일 문화산업분석팀장은 한 언론매체에 한미 FTA를 바라보는 문화산업계 현장의 목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고한 바 있다. 저작권 협상 결과가 우리 문화산업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나, 오히려 이를 새로운 가능성 모색과 경쟁력 제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현장의 의견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 ‘문화산업 대미 개방에 따른 영향분석’에 따르면 한미 FTA 타결에 대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는 문화산업의 비율은 애니메이션(68%), 공연(59%), 출판(54%), 음악(5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업체가 FTA 타결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 미국시장에 좀 더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획득하기가 용이하고 △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우리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증대될 것이며 △ 미국의 풍부한 자금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어 합작 투자의 가능성이 커질 것 등이기 때문이다. 이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 획득 가능성과 문화산업의 경쟁력 증대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기대감이 현실로 나타날 수 있도록 정부는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면서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문화산업계 현장의 이러한 목소리를 고려할 때,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국제적인 추세로 인정한다면 결국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번 한미 FTA를 출판계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노력 또한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와 관련,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출판지식산업이 갖는 중요성에 대해서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문화관광부에서는 지난 4월 4일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을 발표하였다. 우리 출판산업이 시장규모 등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7위권 수준이지만, 출판 생산력의 정체가 지속되고 있고 인문학 등 기초학문 분야의 시장규모와 자국내 출판비율은 OECD 국가 최하위권이다. 또한 국민들의 낮은 독서율과 저조한 독서량으로 인한 출판 수요 위축, 취약한 글로벌 경쟁력 등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들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한류’로 대표되는 우수한 문화 콘텐츠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의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지식수요 증가에 대응하여 출판지식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관광부는 이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지식기반사회의 발전과 글로벌·디지털 패러다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출판지식산업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본 육성방안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본 방안이 한미 FTA 체결 즉시 발표된 관계로 일각에서는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에 따른 출판계의 우려를 무마하기 위해 문화관광부에서 졸속으로 마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06년 3월부터 출판 관련 단체·연구기관·학계 등이 참여하여 구성된 출판지식산업육성 TF에서 19차례의 논의와 심사숙고의 과정을 통해 방안의 초안을 마련하였으며, 출판 관련 기관·단체 및 외부전문가 의견수렴, 관계부처 협의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하는 등 출판지식산업의 성장을 염원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였다.

또한 ’1인 1책 쓰기’ 운동 등 일부 세부과제에 대해 실효성이 없는 구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으나, 이는 각각의 과제가 논의된 배경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정보부족에 기인하는 것이다. ’1인 1책 쓰기’의 경우, 직접 책을 쓰기 위해서는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폭넓은 독서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독서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새로운 차원의 독서진흥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서는 ‘시민 책 펴내기 운동’이나 ‘나만의 책’ 프로그램 등을 통해 글쓰기 저변을 확장시켜나가는 등 큰 효과를 얻고 있다. 전문 저작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까지도 책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춰나감으로써 전 국민의 지식창조능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화관광부에서는 글쓰기 방법론 등 교육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이다. 또한 ‘저작자 고과평점 가산제 도입’은 현재 학술논문이나 전문교재 등이 아닌 저작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그 가치가 인정되지 못해 전문지식의 소통과 대중화를 가로막아 국민교양 증진에 역행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양질의 우수한 책의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다. 아울러 도서구매에 대한 신용카드 인하, 방송의 독서관련 프로그램 의무편성 등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는 취지에서 관련 단체 등과 적극적으로 협의해나갈 예정이다.

한편, 본 방안에서 열거하고 있는 세부과제들은 새로 설립될 출판지식산업 진흥기구에서 실질적으로 추진해나가게 될 것이다. 열린우리당 우상호 의원이 작년 9월 실시한 <출판산업 진흥을 위한 출판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5.2%가 가칭 ‘출판진흥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출판지식산업 진흥기구의 설립은 출판계의 오랜 숙원과제였다. 그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 등에 대해서는 출판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만큼, 문화관광부는 이를 추진하기 위하여 출판계의 광범위한 참여 하에 별도의 준비팀을 구성하여 가장 타당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해나갈 계획이다.

출판지식산업의 성장을 위한 공동의 노력

동 방안의 일부 과제들의 아직 아이디어나 계획의 수준에 머무르는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44개 세부과제들은 2020년까지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 하에 추진해나가는 내용으로서, 앞으로 관련 단체 및 전문가 등의 폭넓은 참여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또한 필요한 재원의 확보를 위해 예산 관련 부처와 협의하여 적정 수준의 국고 지원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정부 정책으로서 타당하지 않다는 등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여 본 육성방안의 의미와 가치를 폄하한다면, 이는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름없을 것이다.

본 방안은 출판계의 산적한 문제점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정부와 출판계의 공통의 인식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물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실행해나가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출판산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민·관이 협력하여 마련한 이번 육성방안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통해 출판계의 질적 성장과 도약을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한미 FTA 체결로 조성된 상황을 국면전환의 계기로 적극 활용, 출판산업의 기초체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진정한 출판지식강국, 저작권 수출국가로 도약하는 전기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출판계의 적극적인 동참과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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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도 한류열풍

작년에 베이징국제도서전을 참관하러 중국에 갔을 때다. 중국은 최근 도서성(圖書城), 도서대하(大廈) 등 대형서점이 그야말로 개점러시였다. 그 중의 한 서점에서는 우리 소설 『상도(商道)』가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버젓이 올라 있었다. 그 옆에는 『국화꽃 향기』와 『일곱 송이 수선화』와 같은 김하인의 소설이 가슴 높이만큼 그득하게 쌓여 있었다.
도서전에서는 어땠는가? 한국 부스에는 중국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들이 주로 찾는 책은 아동서적이었다. 그래서 몇몇 아동출판사는 억대의 저작권 수출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로 찾는 책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중국의 출판통계만 보아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 아동서 출간부수는 문화·과학·교육·체육 등이 절반이 넘고 다음으로는 문학·예술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대중의 관심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급변하면서 교육열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열에 걸맞은 책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특히 과학, 환경, 신화, 스포츠 등을 다룬 학습만화는 대중의 관심에 부응한 책을 만들 인적자원이 많지 않아 출판사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책을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문화적으로 친밀감이 있는 한국의 책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드라마나 가요의 한류열풍과 맥이 닿아 있는 이 붐은 마치 우리가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 만화를 대거 수입하던 분위기와 매우 닮았다.

출판수입국 상황 역전, 그러나 글로벌 기획 아쉬워

따라서 중국에서도 번역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1999년에 번역서를 1,000종 이상 출간한 출판사는 2개 회사에 불과했지만 2002년에는 6개 회사로 늘어났다. 번역서를 100종 이상 출판한 출판사는 1999년에 72개 사였지만 2002년에는 116개 사로 늘어났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최근 수입량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한국출판물의 수입량은 2001년에 351.15% 증가하고, 2002년에 244.34% 증가했으며, 2003년에 상반기까지만 해도 100% 이상 증가했다. 전체 번역도서 중 한국출판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부터 2002년까지는 1.43% 증가했으나 2003년 상반기까지 기간을 늘리면 2.13% 로 크게 늘어난다. 그래서 중국에서 한국은 최근 가장 주목받는 출판사가 되었다. (이상 자료는 중국신문출판보, 2003년 9월 17일자) 이런 열기는 자연스럽게 중국문화권인 동남아까지 연결돼 김하인, 김민기 같은 대중작가와 TV 드라마를 소설화한 책들은 그야말로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이다.
일본으로의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 드라마만을 다룬 잡지가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최근 수출된 책은 『가시고기』, 『국화꽃 향기』, 『가을동화』, 『겨울연가』, 『히딩크 리더십』, 『안정환사진집』, 『파페포포 메모리즈』, 『웃기는 리더가 성공한다』,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등인데 이 책들은 대부분 동남아에서도 인기가 있다.
이런 결과만을 놓고 보아도 만년 출판수입국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던 우리에겐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탁월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 최근 10년간 매우 수준이 높아진 아동서적, 영어와 컴퓨터 등을 다룬 실용서적을 중심으로 저작권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은 미리 계획한 바에 따라 얻은 결과가 아니라 그냥 ‘우연히’ 발생한 일이며,? 또 단순히 저작권 수출만 하는 것이라 글로벌 출판으로서는 초보 단계일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처음부터 시장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기획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획이 필요하다.

이미 세계 출판은 글로벌 전략 본격 도입해

2003년 1월에 일본에서는 미국의 매출 1위인 랜덤하우스와 일본의 매출 1위인 고단샤가 5대 5로 합작한 랜덤하우스고단샤가 창립됐다. 독일기업이면서 미국에 진출한 랜덤하우스는 주요 언어권을 망라한 생산 유통망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콘텐츠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고단샤로서는 이를 이용해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경영으로 진출할 기회를 잡은 셈이다. 랜덤하우스고단샤는 아직 책이 출간되지는 않았지만 책의 시독자료를 일일이 만들어 전국 서점의 영업부장에게 미리 보내고 미국식 투어개념의 저자초청강연회나 사인회 일정을 잡는 등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마케팅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랜덤하우스는 일본과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하면서 다음은 한국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또 국내의 몇 출판사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고 있다. 랜덤하우스가 이런 전략을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제2, 제3의 ‘해리포터’를 개발하려는 목적이 아닐까? 유망한 저자의 작품이나 전 세계에서 통할 만한 작가의 작품을 처음부터 10여 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해 전 세계를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다. 우리가 지금의 체제에 안주하고 있다가 그런 시스템이 본격 가동될 경우 국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은 모두 외국의 출판기업에 빼앗기고 겨우 이삭이나 줍는 형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세계 출판은 글로벌 전략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나라와 공동기획한 공동출판도 늘어나고 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필자도 함께 발굴해 처음부터 시장을 여러 나라로 확대함으로써 출판기획의 위험부담을 줄이고 시장성을 키워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보화가 더욱 진전되면 e-콘텐츠는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동아시아공동출판무크 『새로운 책의 길을 만든다』도 대표적인 글로벌 기획사례라 할 수 있다. 이 무크에는 중국의 편집위원 류소리劉蘇里와 일본의 편집위원 가토 게이지加藤敬事가 벌인 「변혁기에 사회는 ‘독서’를 원한다」는 주제의 이메일 대담과 대만의 편집위원 렉스 하우와 한국의 필자가 벌인 「동아시아에 공통의 ‘책문화’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토론, 각 나라의 대표적 디자이너인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일본), 안상수(한국), 루경인呂敬人(중국)이 「전통문화를 미래에 전한다- 동아시아의 문자, 책, 디자인」이란 좌담, 나라별로 각자의 특성을 보여주는 논문, 르포, 인물 인터뷰, 에세이 등이 실린다. 또 각 나라의 편집위원들이 책임지고 만드는 16페이지의 별도 섹션도 실린다.
이 책은 각 나라의 언어와 영어 등 5개 국어로 출간돼 전 세계에서 팔리게 된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세계 경제가 하나의 상권으로 통합되고, 정보화의 진전으로 교통·통신비용이 저렴해지고, 사람, 상품, 정보, 돈이 마음대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개인은 누구나 일상화된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마음대로 취득할 수 있다. 또 다량의 출판콘텐츠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그래서 이메일만으로도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전달하면서 상시적으로 협력해서 기획할 수 있게 되었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기업들, 능동적 M&A로 경쟁력 키워야

또 인터넷에는 국경을 초월한 정보 네트워크가 생겨 새로운 ‘공공의 공간’이 생기는 한편, 그 이면에서 다양한 정치·문화적 충돌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이 한창인 지금, “유럽에서는 개성과 주체성을 중시하면서도 통합을 추진해 이제 과거의 ‘외부’까지 문화적·정치적 신체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고 있다. 이 전환기에 출판이나 도서관의 역사를 모두 정리한 ‘기록의 장’이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역사를 재고하는 시험으로 <총서 유럽>과 같은 각국공동출판도 한창”이다.
그러나 동아시아는 어떤가? ‘한자문화권’이라는 공통의 문화적 기반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직 서구의 지적 도구에 끌려 다니다가, 정작 자신의 문자와 책 세계를 조금씩 잊어온 느낌이다. 지금 화혼양재和魂洋才를 어떻게 계승할 것인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동아시아의 문자문화라는 문화적 신체를, 이제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한 전제가 무엇보다 ‘경험의 장’을 공유”(이상 인용은 미야시타 시로宮下志朗 「동아시아의 문자문화를 재고한다」, <책과 컴퓨터>, 2003년 겨울)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비즈니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책이란 공통의 ‘기억의 장’을 구축하는 일이면서 전 세계 타자와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출판 본연의 정신을 더 투철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출판계는 기획자의 전문성 부족, 출판기업의 영세성 등으로 인해 글로벌 기획이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상황이 이렇게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출판계는 갈수록 출판기업이 슬림화하고 있다. 2002년과 2003년에만 3,500개 이상의 신생 출판사가 등록했을 정도로 국내 출판계는 작게 쪼개지고 있다. 일본이 겨우 4,500여 출판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만 개 이상의 출판사가 등록(물론 1년에 한 권이라도 신간을 펴내는 출판사는 1,500사도 되지 않지만)하고 있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미 세계 출판계가 1등 기업들끼리의 합병을 통해 최고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는 방향타를 잘못 잡은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우리의 출판정책은 출판기업들이 능동적 M&A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국제 시장을 겨냥한 기획을 활발하게 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출판종사자들의 근본적 인식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완전 도서정가제를 도입해 출판의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시스템을 바꾸고, 전문인력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잘 운영해 기획자의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해외기획자들과의 인적 교류를 지원하고, 유통시스템의 안정화를 통해 베스트셀러보다 장기적인 스테디셀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하루빨리 조성해야 할 것이다.

글 읽기

2006년 가을 프랑스에서는 총 683권의 국내외 문학작품이 소개되었다.


가을은 문학상 수상을 겨냥하는 주요 소설들이 출판되는 시기로 대다수의 문학작품이 출판된다. 그래 가을 프랑스 전국 서점상연합 집계 12위의 영향력 있는 소설로 뽑혔고, 8월 24일 출간된 지 1달 만에 1쇄가 매진, 9월 24일 2쇄를 인쇄했으며 1년 후 2쇄가 거의 매진된 소설이 있다.


이 화려한 경력의 소설이 한국 작가의 것이며, 그것도 젊은 이승우 작가의 <식물들의 사생활>이라면 믿어지는가?


2006년 가을, 프랑스의 양대 거대 서점인 프낙(FNAC)과 Virgin은 각각 2006년 가을 문학시즌의 가장 주목할 만한 30개의 작품에 이승우 작가를 포함시키고 자사의 홍보지인 에포크(EPOK)와 리르(Lire)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했으며 매대마다 <식물들의 사생활>을 전시, 배치했다.


한국에서는 어려운 작가로 낙인찍혀 대중보다는 전문 독자층만을 가지고 있는 이승우 작가가 프랑스에서 그 어떤 한국인 작가도 거두지 못한 이런 성공을 거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그의 작품은 배경은 한국이지만 존재, 사랑, 의식에 대한 탐구 등 인류의 변함없는 보편적 관심사를 다룬다. 또 단문의 논리적인 전개, 섬세한 분석, 긴장된 이야기 전개는 서구 담화의 틀과 유사하여 서구 독자들이 보다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작품 선정 및 출판 전략적인 면에서도 성공요인을 찾을 수 있다. 현지 전문 출판사가 줄거기를 듣고 그 독특함에 매료되어 번역을 의뢰했고, 전문 번역가팀이 번역을 맡았으며, 전문 문학출판사인 ‘쥘마’에서 출판했다. 한국문학선을 당사의 주요 작품선으로 여기는 ‘쥘마’는 적극적으로 언론 홍보를 했고, 여기에 대산문화재단은 작가와 번역가를 프랑스 현지에 파견해 홍보를 지원했다.


또 이승우 작가의 작품인 <생의 의면>이 몇 년 전 소개되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던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면상의 인지도가 있는 작가의 작품이 동일 출판사에서 후속작으로 출판됨으로써 번역, 출판에 일관성과 전문적인 관리가 유지되었다는 점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된다.


한국문학이 이제 알려지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번역자가 얻은 결론은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출판사가 현지에서 선호하는 문학장르를 선정해 줄거리, 문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문번역가는 그 같은 수준의 번역을 시행하며, 국내의 지원기관들이 번역, 출판, 홍보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국내에서 저명작가의 작품이라 소개했으나 해외에서는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에 대해 “우리가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이 세계의 문학과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나 정치 이데올로기가 근간이 되는 문학은 세계 어디에서도 읽히지 않는다”라고 말한 서울대 김성곤 교수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교보문고 <사람과 책> 2008.04 최미경(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 교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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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판 시장 진출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세 가지만 들어보자.


첫째, 글로벌 기획마인드 부족.


애당초 국내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책을 해외 시장에 내놓기는 어려운 일이다.


처음부터 해외 사장 진출을 목적으로 정하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철저하게 기획할 때 해외 시장 진출이 온전하게 가능하다.


둘째, 우리 책을 외국어로 ‘상품성 있게’ 번역할 수 있는 인력의 절대 부족이다.


단순히 번역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품성 있게’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관건이다.


셋째, 관련 정부 당국의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지원책 부족.


물론 출판의 해외 진출에 대한 지원이 일부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일본국제교류기금, 영국문화원, 프랑스 에디시옹 같은 다른 나라의 지원 사례에 비하면 아직까지 초보적인 수준이다.


- 교보문고 <사람과 책> 2008.04 표정후(출판칼럼니스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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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언어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 책의 저작권 교역에 의한 번역출판이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출판시장에서 수출액 비중은 영국 약 40%,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약 25% 등으로 매우 크다. 이는 과거 제국주의 침탈을 통한 식민지 분할과 경제, 문화권 팽창의 유산이자 오늘날의 언어, 콘텐츠 경쟁력을 뜻한다.


미국의 경우 도서 수출은 물론이고, 도서의 저작권 판매액만 해도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저작권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풀판연구소가 국내 주요 저작권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해외로 번역 수출된 우리 책은 총 1,605종 2,992권으로 추계되었다.


여기에 중소 에이전시와 출판사, 저자의 직거래 수출을 감안하면 지난 7년 동안에 적어도 2,000종 5,000권 이상의 저작권 수출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그 추이를 살펴보면 2002년 전후로 시작된 한류 열풍을 배경으로 저작권 수출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다.


이 가운데 최근 3년간(2004~2006) 수출된 한국책 저작권의 분포를 출판 분야별로 보면,


아동, 학습과 만화 등 주로 시각적인 어린이 대상 출판물이 전체 수출 종수의 42%이며, 에세이나 한류 관련 원작소설 등의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드라마가 그런 것처럼, 국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과 검증을 거친 아동서와 학습만화 등이 지리적, 문화적 근친성이 큰 아시아권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류의 바람을 탄 ‘메이드 인 코리아’ 콘텐츠는 아시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 국가별 비율을 보면 이런 현상이 확인된다. 중국(32%), 대만(27%), 태국(16%), 일본(16%) 등 아시아권이 한국책 저작권 수출의 94.5%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이 각각 2.6%, 기타가 0.3% 정도이다.


해외에서 선호하는 한국책의 분야를 지역별로 보면 일본은 드라마 등 한류 관련서와 순수문학, 영어학습, 논픽션, 북한 관련서, 중국은 인터넷소설과 학습만화 및 에세이, 대만은 아동서와 영어학습서, 동남아시아는 인터넷소설과 만화, 아동서, 미주는 만화 위주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외에서 번역된 대부분의 단행본은 현지에서 초판조차 소화하지 못하고 번역, 수출되었다는 상징성에 만족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현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등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1997년 국내에서 출판되어 150만 부 이상 팔렸던 정찬용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는 일본에서 2001년 발행되어 그해에만 40만 부(현재 2권까지 총 70만 부)이상 판매되며 어학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었다.


이는 보아나 동방신기가 오리콘차트 1위에 등극한 것보다 뜻 깊은 사건이다.


2004년에 드라마 ‘겨울연가’ 관련서가 15종, 450만 부나 판매되며 일본 출판계 10대 뉴스에 올랐다.


중국과 대만 등 중국어권에서는 최인호의 <상도>를 비롯해, <국화꽃 향기>, <그놈은 멋있었다>, <의녀 대장금>,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등이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에 오른바 있다. 태국에서는 ‘살아남기’ 시리즈와 ‘좌뇌 개발’ , ‘우뇌 개발’ 시리즈 등 어린이책이 인기를 모았고, 영어권에서 나온 소설로는 드물게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1만 부 이상 판매되는 등 현지 독자에게 비교적 호응을 얻었다.


그밖에도 세계 최고의 어린이책에 수여하는 가라치상 수상작이 속출하는 등 일부 출판분야의 경쟁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어 전망이 밝은 편이다.


- 교보문고 <사람과 책> 2008.04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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